갈림길 158

하고 싶은 일 (작성 중)

목요일 오후, 한 주의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세리시아는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묘한 소란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저녁밥을 어떻게 해결할지 골몰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면서 세상은 주홍빛을 띤다. 오랜만에 올려다 본 맑은 하늘은 햇빛에 젖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드문 미소가 세리시아의 입가에 저절로 떠올랐다.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은 날. 문득 냉장고에 국거리용 고기가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 왠지 뜨거운 국물을 끓여내고 싶어졌다. 한 모금 들이키면 온몸이 따뜻해질만한 음식을 만들자. 고기를 넣은 매콤한 김치찌개. 따로 시장에 들러 장을 볼 필요도 없으니 편하고 좋은 선택이라고 세리시아는 생각했다. 대리석 기둥으로 세운 대학 후문을 지나 낮..

소설/장르 2020.01.17

유년의 끝

죽음에 초연해지고자 했지만 막상 다가오는 두려움 앞에선 다만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독한 진통제의 약효 사이에서 짧고 견딜만한 정도로만 왕래하는 격통. 흐릿한 의식 속에서 단 하나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정말 이게 마지막일까?' 수도없이 자문했지만 희망은 없었다. 이미 나는 죽어가고 있다. 추락 이후, 머리는 다치지 않았지만 머리 아래의 모든 신체는 지면과의 충격에 짓눌려 엉망이었다. 간신히 형태를 붙들고 있지만 만에 하나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고 기력을 회복한다 해도 앞으로의 나의 삶은 예전같지 않을 게 뻔했다. 제대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나는 좌절할 테지. 나쁜 감정들이 머릿속을 휘몰아치며 이내 호흡을 어지럽힌다. 가쁜 호흡을 그대로 두고 나는 생각했다. ..

소설/장르 2019.12.24

전투 직전의 잡담

한 무리의 화살이 머리 위를 지나 후위의 진영으로 날아간다. 바람을 꿰뚫는 기묘한 소리. 끔찍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전투를 치루면서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온갖 괴성과 격음 사이에서도 저 화살의 비가 내는 소리만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히아신스 연합왕국이 유독 궁수대 양성에 공을 들였나봐." 자신의 직속 휘하로 있는 열다섯의 정예병은 사진의 혼잣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훈련한 동지들이었지만 생생한 전투의 압박감 속에서 이들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궁수는 확실히 위협이지만 활시위를 당기다보면 저들은 금방 지쳐. 화살도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공왕工王이 적진에 있다면 화살은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스스럼없는 성격 덕에 모두에게 인기가 좋..

소설/장르 2019.12.09

BUMP OF CHICKEN - 시공 숨바꼭질 時空かくれんぼ

安心すると 不安になるね 안심하면 불안하게 되네 例えば 今 예를 들면 지금처럼 だから今を 未来の外れに 그러니까 지금을 미래의 구석에 置いて忘れよう 밀어두고서 잊어버리자 そう思った 過去 그렇게 생각한 과거 繰り返した 今 되풀이했던 지금 温かいものは 冷めるから 따스한 건 식어버리니까 それが怖くて 触れられない 그게 두려워서 만지지 못해 貰わなければ 無くす事もない 선물 받지 않는다면 잃어버리지도 않아 もういいかい 過去 이제 찾아도 되니? 과거 まぁだだよ 今 아직이야 지금 隠れる場所は どこであろうと 숨은 장소는 그 어디든 常に世界の中心だから 이미 세계의 중심이니까 すぐ見つかって オニにされるよ 금방 들켜서 술래가 되어버리곤 해 ずっと探す側の かくれんぼ 항상 찾아다니는 입장인 숨바꼭질 君に会わなきゃ良かった 너와 만나지..

번역/노래 2019.11.23

BUMP OF CHICKEN - 디어 맨 ディアマン

怖がりな少年 どんどんギターを歪ませた 겁쟁이인 소년 점점 기타를 일그러뜨렸어 他人は少しも 解ってくれなかった 타인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았어 5Wのアンプが なるべく小さく絶叫した 5W의 앰프가 되도록 작게 절규했어 閉め切った窓 三日月が覗いてた 단단히 닫은 창문 초승달이 훔쳐보고 있었어 布団被ってイヤホン ラジオなかなかのボリュームで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어폰 라디오 적당한 볼륨으로 キラキラした音が 体を走り回った 반짝이던 소리가 몸을 내달렸어 大好きなシンガー なんで好きなのか解らない 가장 좋아하는 싱어 왜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어 目を閉じれば すぐ側にいた 確かに 눈을 감으면 바로 옆에 있었어 확실히 その声とこの耳だけ たった今世界に二人だけ 그 목소리와 이 귀 뿐 이 순간 세계에 두사람 뿐 まぶたの向こう側なんか 置いてけぼ..

번역/노래 2019.11.23

BUMP OF CHICKEN - 캐러밴 キャラバン

随分先に行ってしまった 멀찍이 앞서 가버린 光の下のキャラバン 빛 아래의 캐러밴 トンネルに残響 塞いだ耳 터널에 잔향 틀어막은 귀 自分嫌いな自分が好き 스스로를 싫어하는 스스로가 좋아 知らない顔で 知っている事 모르는 얼굴로 알고 있는 것 悟られないためのお勉強 속내를 들키지 않도록 하는 공부 綺麗な言葉を 올바른 말을 信じない様にして 믿지 않는 척 하며 満たされるのは 만족하는 건 とても普通の事 무척 평범한 일 叫びは不要 ただ言えば良い 외침은 무용 평범하게 말하면 돼 面倒臭がる君が面倒 귀찮아 하는 네가 귀찮아 知っている様で 知らない事 아는 체 하며 모르는 것 知識だけで知恵が無い事 지식 뿐이고 지혜가 없는 것 感動にシビアな訳じゃない 감동에 엄격해서가 아니야 感情に脂肪が付いただけ 감정에 지방이 붙었을 뿐 食べてきたご馳走..

번역/노래 2019.11.23

블로그 소개 및 연락처

쿠프카입니다. 닉네임을 바꿨어요. 원래 어릴 적부터 인터넷에서 게임 아이디나 별명 같은 거 적어낼 때면 "비범인"이라는 「죄와 벌」 에서 따온 네임을 써 왔었는데 항상 영자로 읽히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고 싶었거든요. Kupka. 띠엄띠엄 인터넷 다수에게 읽힐만한 글 내지는 고민없이 휙 던질만한 생각 같은 걸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가끔 일본어 서브컬쳐 노래 번역을 올려요. 일본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듣다보면 노래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이 있거나 언어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쉬이 이해하지 못할 때 그걸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번역을 합니다. 항상 부족함이 많으니 혹여나 제가 올린 글에 의문이 있으시다면 댓글 올려주시면 경청하겠습니다. 블로그나 기타사항으로 연락이 필요하시다면 쿠프카 명의의 계정을 새로..

공지사항 2019.09.13

요루시카의『엘마』앨범이 왔다

엘마의 일기장 자체가 케이스. 일기장 맨 뒤에 사진과 앨범 CD가 동봉되어 있다. 일기의 내용은 무척 상세했다. 그 상세한 수준이 일기라기보다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과 그 행적을 기록한 자전에 가까운 느낌이다. 한번 쭉 읽어보았는데 일기장 속 엘마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었다. 연출된 그의 필적이나 여행을 마칠 즈음의 일기를 더듬다보면 엘마는 참 강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삶의 좌절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 스물 일곱의 에이미든 여행의 끝자락에 선 엘마든.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태도로서의 두 사람은 참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픽션을 조금 현실로 끌어당기면 조금 무섭고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블로그에 두서없이 적었던 요루시카 서사..

공통/감상 2019.08.29

요네즈 켄시 米津玄師 - 춘뢰 Shunrai (가사번역)

現れたそれは春の真っ最中 えも言えぬまま輝いていた 아라와레타소레와하루노맛사나카 에모이에누마마카가야이테이타 나타난 그것은 봄 한창 때 허나 말없이 빛나고 있었다 どんな言葉もどんな手振りも足りやしないみたいだ 도ㄴ나코토바모도ㄴ나테부리모타리야시나이미타이다 어떤 말도 어떤 손짓도 표현하기엔 부족해 その日から僕の胸には嵐が 住み着いたまま離れないんだ 소노히카라보쿠노무네니와아라시가 스미츠이타마마하나레나이ㄴ다 그 날부터 나의 가슴에는 폭풍이 눌러살고선 떨어지질 않는다 人の声を借りた 蒼い眼の落雷だ 히토노코에오카리타 아오이마나코노라쿠라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빌린 푸른 눈의 낙뢰야 揺れながら踊るその髪の黒が 他のどれより嫋やかでした 유라레나가라오도루소노카미노쿠로가 호카노도레요리타오야카데시타 비틀거리며 춤추는 그 머리카락의 흑색이 그 무엇..

번역/노래 2019.08.04

항복하는 것은 괴롭지만 도움이 된다

"어쩌실 거예요?" 뒤에서 차분한 말투로 담담히 묻는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선 지는 오래 되었다. 내가 속한 마을의 최선을 위해 나는 항상 노력해 왔다. 가끔은 공리를 위해 소수를 저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죄책감을 마음 속으로 삭여내고는 했지만 나는 그리 모진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모든 사라짐은 비극일 따름이었다. "마을 안의 썩어가는 수족을 쳐내는 것도 어려운데 저들은 너무 어려운 문제를 강요하고 있어." 커다란 활을 들고 지역을 옮겨가며 마을과 도시를 약탈하는 집단인 '이리떼'. 이리떼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스라소니 부족이 이른 새벽 마을의 동쪽 울타리 앞에 진을 쳤다. "조건 없는 항복이냐 마을의 절멸이냐. 사실상 선택권을 준 ..

소설/장르 2019.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