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읽힐만한 일기 2

방학

방학 방학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건 분명 어른이 되고 나서다. 어릴 적에는 마냥 어른이 되면 종잡을길이 없던 삶의 목표를 자연스레 좇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바쁘고 열심히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런 만화 같은 나날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실상은 더 처참했다. 만화에서, 소설에서 그렇듯 명백하게 보이는 삶의 갈등구조나 목표는 없었다. 눈앞에 처한 현실은 그저 3개월 간의 여유시간과 그것을 채 메우지 못한 나의 작은 캘린더 하나. 두 달을 아르바이트라고 적었다가 학기 중에 꾸었던 꿈, 가령 한참 여유롭게 소설을 쓰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을 떠올리고는 다시 지워낸다.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지나가는 시간들. 그런 시간이..

그저 좋다는 것 ('15. 1. 29 작성)

그저 좋다는 것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어릴 때 읽고 나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했던,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는 두 소꿉친구의 이야기다. 어린 마음으로 막연히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은 가만히 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하지만 동화는 동화일 뿐이었다. 그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만남은 영원하지 않고 곧 헤어져야만 한다. 생업으로 돌아간다. 그 다음에는 오히려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 편안한 서로의 존재가 일상을 더욱 괴롭게 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던져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그런 안일한 생각에 빠져 우울해 하며 정작 눈앞의 새로운 발견에 눈이 어두워지지는 않았는지. 동화 속 이야기가 너무 부러워서 생긴 질투심에 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