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방학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건 분명 어른이 되고 나서다. 어릴 적에는 마냥 어른이 되면 종잡을길이 없던 삶의 목표를 자연스레 좇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바쁘고 열심히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런 만화 같은 나날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실상은 더 처참했다. 만화에서, 소설에서 그렇듯 명백하게 보이는 삶의 갈등구조나 목표는 없었다. 눈앞에 처한 현실은 그저 3개월 간의 여유시간과 그것을 채 메우지 못한 나의 작은 캘린더 하나. 두 달을 아르바이트라고 적었다가 학기 중에 꾸었던 꿈, 가령 한참 여유롭게 소설을 쓰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을 떠올리고는 다시 지워낸다.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지나가는 시간들. 그런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