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계. 대학생. 적당히 마셔. 짧게 울리는 알람. 적당히 확인하고 곧장 스마트폰의 화면을 꺼버린다. 그에게 혼술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서는 안됐다. 주사를 부리는 근처 대학 사람들로 부산스런 밤이었다. 오늘따라 그냥 바깥 소음이 유난히 신경쓰였다. 잠시 누워보려고도 했지만 도통 잠들 수 없어서 꺼진 천장의 LED 등을 켜고 방 안을 밝혔다. 현성은 삶의 관성에 이끌려 작은 원룸 속 이부자리와 가재도구를 병적일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이었다. 다만 책상 위는 항상 어지러웠다. 두서없이 쌓여 있는 책상 위 페이퍼와 전공서적. 한 장. 또 한 장. 책상을 정리하면서 현성은 원룸 한 켠 허리 밑 쯤 되는 작은 냉장고 속 맥주를 떠올렸다. 꺼내 마신 맥주는 별 다를 것 없는 맛이었다. 한 모금씩 천천히 들이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