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배신감은 체내에서 맴돌며 터져나올 구멍도 없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서럽게 울며 미친듯이 소리친다 해도 편의점에서 사다 입에 털어넣는 소염진통제처럼 흔한 대증요법도 되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실연을 잊어간다고들 하지만 결국 모두가 마지막에 삼키고 마는 투박한 알약의 이름은 시간일 테니까.각지의 언어로 노래하고 시대를 넘어 고전과 현대를 잇는 연속된 플롯 속에서 읽어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참 많은 걸 배웠지만 고작 한 연애의 끝자락에서는 너무나 연약하고 바보처럼 행동했다. 아무래도 쉬이 잊고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나 가볍게 떠나버리다니. 지금껏 함께 했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함께 웃고 많이 싸우고 가끔 울었던 기억들. 한 줌의 바보같은 먼지로 날아가버릴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