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자." 이는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의 가치판단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야 한다는 개인적 신념이다. 그러나 '나'라는 자아는 타자와 사회를 거울로 두고 자신을 계속 비추어보아야만 비로소 형성된다. 우리는 스스로 이름을 짓고 태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결정한 바 없는 '나'를 규정짓는 상징, 타인에 의해 붙여진 이름을 지니고 태어난 개인은 자신의 몸이 완전히 으스러질 때조차 그 이름을 되뇌는 것으로 자기동일성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 본다. 나는 외로운 단독자일 수 있으나 그것을 결코 획득하지 못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서지만 그것을 의식하는 것과 내면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설령 개인의 본질이 지극히 신..